마비노기 PUBLISHER: 넥슨 코리아

[메카 밀.게.요] ‘코스프레’로 소환한 마비노기의 서큐버스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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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엔 대중문화의 팬들을 설레게 하는 축제가 펼쳐집니다. 영화, 드라마,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 여러 콘텐츠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코믹콘 서울’이 개최되죠. 2017년 이후 자리 잡은 이 행사에서 팬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는데요.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헐크 같은 인기 코믹스 캐릭터 의상을 입은 팬부터 리퍼, 솔져, 메르시 등 유명 게임 속 캐릭터 모습을 한 이들까지 볼 수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 속 캐릭터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축제죠.

과거 대중문화는 미술, 음악 등과 비교해 질이 낮다는 평가를 받곤 했습니다. 심지어 게임은 해롭다는 견해도 있었죠. 이런 시절이 있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주류 문화로 인정받는 ‘코믹콘’은 놀라운 위치에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즐기던 애니메이션, 어른들의 눈을 피해 즐겨야 했던 게임은 이제 옛말이죠. 그래서 이번 시간엔 오프라인으로 확장된 게임 문화에 관해 알아볼까 합니다. 과연 어떤 행사들이 게이머들을 한 자리로 모이게 하고 있을까요?


▲ 대중문화의 성지가 된 ‘코믹콘’ (출처: 유튜브 채널 ‘Comic Con Seoul’)

각양각색 오프라인 게임 행사

게임만을 위한 오프라인 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역시 ‘게임쇼’입니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제 게임전시회 ‘E3’가 대표적이죠.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엑스박스를 비롯한 콘솔 게임기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유비소프트 등의 게임사가 신작 게임을 대거 공개하는 행사입니다. E3 외에도 ‘도쿄 게임쇼’와 ‘G-STAR’ 등도 게이머의 이목을 집중시키죠. 이런 게임쇼는 발매가 되지 않은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어 인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게이머들의 신작을 향한 기대와 반응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그해 게임계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죠.

게임사가 직접 주최하는 행사도 있습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블리즈컨’이 대표적이죠. 여러 인기작을 보유한 블리자드는 블리즈컨을 통해 자사의 게임을 홍보합니다. PC, 플레이스테이션 등의 플랫폼보다 볼 수 있는 게임의 수는 분명 적지만, 블리자드 팬들의 관심은 굉장히 뜨겁습니다. 예를 들어 블리즈컨 2014에선 ‘스타크래프트 2’의 확장팩 ‘공허의 유산’이 공개되었는데요. 현장은 열광의 도가니였습니다. 트레일러 중 소리치며 감동하는 팬들이 있었고, 영상이 끝났을 때 그 자리의 모두가 아이어의 전사들 같았다는 후기도 있었죠.


▲ 넥슨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축제 ‘네코제'(출처: 유튜브 채널 ‘넥슨 YouTube’)

게임 강국 한국에도 오프라인 행사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오는 11일에 7회째를 맞는 ‘네코제’가 있죠. 넥슨이 주최하는 행사로, 자사가 서비스하는 다양한 게임 관련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행사는 북 라운지, 팬아트 전시, 게임 부스, 코스튬 플레이, 공연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다른 오프라인 행사들보다 네코제엔 독특한 콘텐츠가 있습니다. 바로, 유저의 ‘개인 상점’이죠. 여기서 유저 아티스트들은 넥슨의 인기 게임 IP를 선택해 2차 창작물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창작물은 포스터와 머그컵, 스티커, 엽서, 그리고 피규어 등 종류가 다양하죠. 유저들이 단순한 관람객에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하는 행사란 점이 네코제의 특징입니다.

유저들이 시작한 ‘판타지 파티’

참고로 국내의 이런 유저 참여형 오프라인 행사는 ‘마비노기’의 ‘판타지 파티’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게임 간담회로 시작했던 판타지 파티는 점점 규모가 커졌고, 2013년엔 1만 2천명이 넘는 유저가 현장에 모였습니다. 이는 당시 넥슨의 오프라인 행사 중 가장 많은 참여 인원이었다고 하죠. 동시에 유저가 직접 참여하는 게이머 코스프레 콘테스트 등도 진행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유저가 만들어 가는 분위기가 가득 찼다고 하네요.

▲ 코엑스 집결한 게이머들로 붐볐던 제3회 ‘마비노기 판타지 파티’ 현장

왜 이런 오프라인 행사의 기폭제 역할을 마비노기가 할 수 있었을까요? 마비노기는 레벨 업 외에도 ‘판타지 라이프’를 지향한 게임입니다. 전투 위주 RPG가 대세였던 시기에 등장한 돌연변이였죠. 경쟁을 중시하던 게임과 달리 높은 자유도를 제공해 유저가 원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나이와 먹는 음식에 따라 체형이 변화하기도 하고, 직업과 상관없는 자유로운 캐릭터 육성이 가능한 것 등을 꼽을 수 있죠.

현실의 36분은 마비노기 시간으로 하루였고, 이런 시간 개념 속에서 채집, 생산, 아르바이트 등 생활형 콘텐츠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캠프파이어를 통해 다른 유저와 인연을 만드는 것도 인기 있는 콘텐츠였죠. 이렇듯 게임이라는 가상 공간 속에서 유저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고, 현실과 유사한 ‘삶’을 추구했던 덕분에 오프라인에서 마비노기 유저들이 서통 소통하는데 장벽이 낮았습니다. 그래서 판타지 파티가 성장할 수 있었죠. 즉, 마비노기의 매력은 온라인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는 데 있었습니다.

이 오프라인 행사에 관해 조금 더 알고 싶었는데요. 행사를 위해 굿즈를 만들고, 코스튬플레이(이하 코스프레)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네코제’와 ‘판타지 파티’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마비노기의 ‘서큐버스 퀸’으로 코스튬 플레이를 했던 분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2006년부터 ‘네코제’를 비롯한 여러 행사에서 코스프레를 했고, 지금은 의상 제작자로도 활동하는 유저 ‘카므(KAMW)’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2006년부터 코스프레를 한 ‘카므’님 (Photo By. 가람과달)

Q. 어떻게 코스프레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그리고 코스프레엔 어떤 매력이 있죠?

A.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좋아했는데, 친구의 권유로 ‘코믹월드’라는 만화 행사에 가게 되었어요. 그때 “이왕 가는 거 코스프레도 해보자!”고 시작했던 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무엇보다 직접 제작한 옷을 입고 좋아하는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캐릭터를 보는 것도 좋지만, 매번 다른 캐릭터가 되어보는 건 일상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죠.

Q. 마비노기에 등장하는 ‘서큐버스 퀸’ 코스프레는 어떤 계기로 하게 된 건가요?

A. ‘몽환의 라비’ 던전이 막 업데이트되었을 때 서큐버스 퀸을 보고 한눈에 반했어요. 디자인이 매력적이고, 당시 난도가 가장 높은 던전의 보스라는 게 너무 멋있었죠. 여타 서큐버스 캐릭터들과는 다른 공허한 느낌도 너무 좋았고요. 하지만, 던전에 가기엔 너무나도 미약했던 저는 영상이나 캡처를 보며 구경만 했는데요. 그러다 ‘이렇게라도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에 코스프레를 하게 됐습니다.

Q. 마비노기를 즐겨한 것 같은데, 게임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A. ‘달인작’을 열심히 플레이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전 뉴비였는데, 라이트 유저라서 그런가? ‘매주 요리대회를 꼭 나가야지!’하고 기다렸지만 한 번도 못 나갔어요. 이상하게 토요일만 되면 일정이 생기더라고요. 예쁜 펫을 모으는 것도 좋아했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펫 이름들이 다 창피하네요.


▲ ‘카므’ 님이 갈 수 없었다는 ‘몽환의 라비던전’ (출처: 유튜브 채널 ‘마비노기’)

Q. 다시 코스프레 이야기로 돌아오죠. 서큐버스 퀸 의상은 어떻게 제작했나요?

A. 우선, 날개가 문제였어요. 크기가 커 재료를 무엇으로 만들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죠. 그러다 ‘가벼운 게 최고다!’란 결론을 내리고, 압축 스티로폼 비슷한 재질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도색도 문제였어요. 틈을 메워주는 ‘퍼티(접착제의 한 종류)’나 본드가 독해서, 칠하면 녹아버리더라고요. 여기에 락카까지 칠하면 완전 다 녹아버릴 것 같아 이것저것 마감재를 발라 코팅을 해보고, 도료도 발라봤죠. 염료 스프레이를 사용해서 잘 마무리하기는 했는데, 우습게도 날개 도색에만 10만 원가량 들었네요. ‘도색’만 말이죠.

촬영할 땐 정말 가볍고 편했지만 재료비는 사악했다고 기억합니다. 그래도 서큐버스 퀸에 대한 애착이 정말 커요. 아직도 SNS의 프로필 사진으로 자주 사용하고 있답니다.

Q. 네코제나 판타지 파티에 참여해보신 적이 있나요?

A. 네코제엔 2015년에 ‘아르피엘’ 부스에서 아이린 캐릭터 코스프레 모델(RZCOS 객원)로 참여했어요. 부스에서 이벤트를 진행했죠. 생각보다 훨씬 많은 유저가 줄을 지어 방문하는 걸 보고 놀랐었는데요. 다들 게임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고, 행사를 즐기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네코제는 넥슨에서 공식으로 개최하는 만큼 넥슨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를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시판 제품들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유저들의 굿즈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죠.

Q. 올해 마비노기 15주년을 맞아 판타지 파티가 다시 열린다고 하는데요. 가보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A. 판타지 파티는 아직 못 가봤지만 참가해보고 싶었어요. 마비노기를 재미있게 즐겼던 터라 공지를 보는 순간 혹하더라고요. 마비노기 관련 작품과 코스어 분들을 꼭 만나보고 싶네요. 만약 참여하게 된다면, 정말 해보고 싶은 캐릭터도 있어요. 제가 죽을 때마다 달려와 살려줬던 ‘나오’를 해보고 싶죠. 제 콘트롤이 형편없어서 하루에 세번 이상 만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언젠가 해볼 날이 오겠죠?

▲ 날개 제작에 가장 많은 고생을 했다는 ‘서큐버스 퀸’ (Photo By. 가람과달)

Q. 아직 코스프레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편한 시선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하고 있나요?

A. 저희 부모님도 처음엔 이해하지 못하셨어요. 하지만, 며칠 동안 열심히 바느질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시더니 ‘그렇게 좋으면 열심히 해보라’며 미싱을 사 주시더라고요. 요즘에는 연예인도 코스프레를 많이 하고, 각종 영화나 게임 행사에서 많은 코스프레 모델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코스프레를 주제로 유튜브 활동을 하는 분들도 있죠. 확실히 전보다 불편한 시선이 많이 줄었죠. 과거에는 가수나 연예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듯이 열심히 즐기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분들로 인해 인식은 계속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코스프레를 준비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코스프레를 불편해하는 사람에게 비난을 받아 속이 상하셨다면, 마음에 두지 않으시길 바라요. 다른 사람 눈치를 보느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요.

Q. 인터뷰를 마치려고 하는데, 마지막으로 ‘카므’님의 코스프레를 기다리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지금까지 모델 활동과 제작을 병행하며 정말 정신없이 지냈는데요. 요즘은 제작 부분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제작에 더 많이 도전해보고 싶어요.

어린 시절의 취미로 시작하여, 코스프레 모델&제작자가 되었고, 국내와 해외로 바쁘게 활동하며 심사위원까지 경험할 수 있던 건, 많은 분의 응원 덕이었어요.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순간을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 주셨죠.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 제작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코스튬 플레이어 ‘카므’ (Photo By. 가람과달)


내 안의 기준을 추구하는 ‘마이싸이더’ 문화

코스프레에 대한 인식이 개방적이지 않을 때부터 활동한 ‘카므’님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나침반 삼아 활동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부모님께 인정받은 이야기, 그리고 ‘타인을 의식하느라 자신이 좋아하는 걸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인터뷰 내용도 흥미로웠죠. 앞으로의 활동이 더 기대되는데, 언급한 ‘나오’의 모습도 하루빨리 보고 싶네요.

인터뷰를 통해 본 오프라인 게임 행사는 개인의 개성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유저들은 좋아하는 걸 공유하고, 사람들 앞에서 평소에 보여줄 수 없는 끼를 뽐내고 있었죠. 여기서 ‘마이싸이더’라는 용어가 떠올랐습니다. 내 안의 기준을 세우는 ‘마이싸이더’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걸 선택하는 지금 밀레니얼 세대들의 모습이죠. 이들은 사회의 기준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그리고 결과보다는 자신이 하는 일에 쏟는 노력과 과정을 중시하는 특성을 보입니다.

▲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었던 마이싸이더 ‘카므’ (Photo By. 가람과달)

밀레니얼 세대는 게임을 즐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모니터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취향을 당당히 드러냈죠.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취향을 존중받는 걸 넘어, 타인과 공유하며 즐기고 있었죠. 그렇게 네코제와 판타지 파티 등의 오프라인 행사는 문화 공유의 장이며, 자신을 드러내려는 밀레니얼 세대의 발언대 역할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코너 속의 코너, ANOTHER SAY

‘ANOTHER SAY’는 같은 게임을 즐긴 분들의 이야기를 남긴 코너입니다. 하고 싶은 말, 추억, 고백, 친구 찾기 등 자유롭게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참고로 다음 주 대상 게임은 ‘바람의 나라’입니다. 해당 게임에 얽힌 이야기가 있으면 댓글이나 메일로 남겨주세요. 선정을 통해 기사 본문에 소개토록 하겠습니다.

= 끊었다가도 다시 생각나서 하고, 끊었다가 또 하고… 차별성이 있어서 떠나지를 못해

= 옷 만들어서 친구한테 선물하고 광장에서는 사람 모아서 합주도 했엇는데 ㅜㅜ

= 생활형 콘텐츠를 가진 RPG가 또 나왔으면 좋겠어

= 모닥불 피우고 악기 연주하던 낭만이 있는 게임이었다

= “게임이 쉬우면 재미없습니다”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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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트리의 ‘메카 밀.게.요’ 코너에서는 다양하고 독특한 콘텐츠의 게임, 활동, 인터뷰이를 찾고 있습니다.

– 남심&여심 모두 저격하는 ‘귀욤뽀짝 캐릭터’ 게임
– 조카, 삼촌 모두 할 수 있는 캐주얼함의 매력, ‘EASY 난이도’ 게임
– 게임을 하려면 이겨야지! 무쌍 찍을 수 있는 ‘공격형 여포’ 게임
– 웹드라마보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이퀄리티 스토리’ 게임
– 아직 살아 있니? 어린 시절 즐겼던 ‘추억의 고전’ 게임

이외에도 다양한 사례를 찾고 있으니, 댓글과 메일을 통해 제보 및 참여를 부탁합니다.

– e메일: content@gamemeca.com

강해인 기자 모든 게임에 흥미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게임을 다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좋은 게임에 답을 할 수 있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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